2014년 6월 9일 월요일

주제와 (6.9) Robert Frank

푼크툼


핸들 위에 얹은 손과, 주의 집중하고 있는 눈을 찍은 것 같지만
앞 사람의 움푹패인 눈두덩에서 시선을 땔 수 없다.

아이를 안은 흑인 보모에 눈이 먼저 가지만
아기의 과하게 민 머리와, 작은 입술, 눈에서 눈을 떼기 어렵다.
카우보이 모자에 먼저 눈이 가지만 (주제)
길쭉한 청바지와 부츠가 시선을 붙들어 놓는다. (푼크툼)
dodge라는 단어에 한번 눈길이 간다.
배경 왼쪽에 보이는 남자는?


두 대통령에게 눈길이 가지만
이 사진을 팽팽하게 만드는 건 성조기 뒤에 있는 불


초점은 가족에 맞았지만
사진은 라이트로 인해 팽팽해진다.


하나하나 시선을 끄는 것이 있고, 주제가 있다.




시선을 끄는 것은 무릎에 다리를 얹은 모양.
하지만 자동차의 열린 문이 없었다면?
그 안에 사람이 없었다면?


시선을 끄는 건 프레임을 잡아먹는 성조기
하지만 'Marilyn Dead'가 없었다면


소름.. 안쪽 소변기 앞에도 빗자루가 있었는지 모름.

2014년 6월 3일 화요일

내가 동의할 수 있는 (6.3) Edward Curtis Fazal Sheikh





유형의 사진인지 의문이 든다.
무엇을 얘기하려는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사진 찍은 대상들이 내게 각별하고
또 사진을 한 장 한 장 찍을 때마다 느낀 감정들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사진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각과 감정을 더듬어가며 큰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조급해할 것 없이, 너무 큰 의도를 담지 말고,
하지만 너무 확장되어 방향성 없이, 또 애초에 찍으려고 했던 마음이 흐트러짐이 없이
찍도록 노력하자.
너무 자주 찍지 말자. 내가 애초에 담으려고 했던 방향이 자꾸 흐트러진다.
자꾸 타협하게 된다.
자주 찍더라도, 많이 찍지 말자. 천천히, 깊게, 느리게.


초상 사진이 어렵다.
어떤 인물을 찍는데
그 인물을 어떠한 의도나 감정도 배제하고 존재를 드러내며 찍는 게 이상적인데
그렇게 찍는 게 쉽지가 않다.
아무 생각 없이 찍으면 밋밋하고
그렇다고 아주 일상적으로 감정을 충분히 담아 편하게 찍으면 피상적이 된다.
존재를 응시하는 듯한 사진.
존재의 창은 눈. 눈을 응시하는 사진. 기적 같은 사진.
지나친 의도가 배제된 사진.









우영이는 정방형 프레임으로도 찍어보고 싶다.
쉽게 찍을 수 있는 대상은, 마치 한번더 활시위를 당길 기회가 있으니
첫 활시위는 소홀히 하는 것 같이 대하는 것 같다.





심도도 얕게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화질을 높이기 위해 심도를 깊게 했더니, 이전 사진에서 느꼈던 숨이 멎는 듯한 느낌이 사라진 것 같다.



삼각대를 써야겠다. 영혼을 붙드는 일은 쉽지 않다.



정해진 형식에 짜맞추려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