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7일 일요일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이곳에 글을 쓰는 것은 (14.4.27)

내가 자주 이용하는 경로로 글을 써야 자주 이용할 것 같아서이다.

이 블로그는 나와 이메일을 주고 받는 사람들은 쉽게 접속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와 다르게 Blogger는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사적이고 내밀한 일기를 쓰더라도 신경을 크게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렇게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오늘 심하게 늦게 일어난데다

시나리오 쓰는 일에 겁 먹고 그냥 드러누워버렸기 때문이다.

무기력해졌고 스스로 바보 같이 느껴졌다.

사소한 경험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활력 있게 살아가고 스스로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으려면

자기 자신을 보듬고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누구나 목표가 있을 것이다. 책 <<피로 사회>>를 읽고 든 생각은

나는 과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성향이 큰 사람이라는 것이다.

피로 사회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는 자본주의 사회 하에서

현대인들이 과도한 임무를 자율적으로 부여하여 고통과 우울을 자처하는 상황이다.

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껴나 그 사회에 균열을 내야 할 예술에 종사하려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피로 사회의 구성원에 그치고 있다는 자괴감이 한동안 들었다.

그런 자괴감의 원인은 행동하지 않고, 창작의 결실들을 많이 만들어 주변에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그래서 매일 일정 시간을 투여해서, 일정량의 작업을 꾸준히 하자는 다짐을 했다.

몇 편의 짧은 만화 원고를 작성했고, 콘티도 그렸다.

그러다 좋은 단편 영화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대강의 설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좋아하는 여자 아이에게 이 시나리오를 보여줄 구실로 점심을 먹고 싶어졌기 때문에

급히 점심 약속을 잡고 그 전까지 시나리오를 완성하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 잘 쓴 시나리오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나 자신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많이 늦게지만 1시 반에 일어났던 나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한참을 방황하다가

낮잠까지 자버리고 5시반은 돼서야 일상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루틴한 일을 하면 용기를 얻을 것 같아서 <<펄프 픽션>>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잠깐 보다가

집을 나서 학교로 온 것이다.



8시부터 삼십분 넘게 일기를 쓰면서 내가 그동안 감 잡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나는 내가 꼭 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영화는 꼭 다 봐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서

상당히 많은 영화들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늘 사로잡혀 있고

그래서 하루를 시작할 때 한 편 내지 두 편의 영화를 봐야 창작이든 운동이든 일과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문득 창작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하루의 시작을 시나리오 창작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어젯밤 뜬금없이 한 것이다.

좋아하는 여자 아이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원인이 돼서.


원래의 내 방식으로 되돌아가야겠다.

평일에 어떻게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들, 토요일엔 어떻게, 일요일엔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들 대로.

평일과 토요일의 시작은 영화들로, 일요일의 시작은 책으로.

시나리오 쓰다가 막히면 그림을 그리고.

글 쓰기로 한 것 하나가 마무리되면, 진짜 하고 싶었던 것 위주로 가고.


괜스레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면 이런 식으로 마음을 추스리고

똥겁을 먹고 있는 건 아닌지, 추진력 있게 해나가야 하는 순간에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겠다.


삼십분에서 한 시간 정도 내 안을 보듬고 그날의 할 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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