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일 금요일

주변에 대한 기대를 점점 저버리게 되지만 (5.2)

이런 때 체념과 허무에 빠지면 별로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안 그러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렇게 마음 먹어버리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진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시간만 흘러가게 된다.


한국에서 또 한 번 사고가 일어났다. 지하철끼리 서로 충돌하는 사고. 17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게 만들고 있다. 국가에 별로 기대를 하지 않은 사람이 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사고가 단순히 몇 명의 부주의에 의해 탄생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나비효과를 일으키듯 일으킨 사건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소하지만 함께 사는 누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 마뜩치 않은 기분이 자꾸 든다.

설거지 하지 않고 내팽겨쳐두고 있는 모습.

끼니는 거르고, 군것질로 때우는 모습.

뜨악할 만한 분위기의 기독교 방송을 집안에서 틀어놓는 모습.

인터넷을 혼자만 쓰고 같이 공유한다는 개념이 전혀 서 있지 않은 모습.

꼭 내야 할, 같이 사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약속인 요플레 대금을 두 달째 내지 않고 있는 모습 등등.

성인임에도 전혀 개념이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

전혀 이유도 모르겠고 누나에 대한 실망과 어처구니 없음의 감정만 커져 간다.


하지만 누나가 본 나는 어떨까.

매일 집이나 학교에만 있으면서 집안일을 제때 제때 하지 않는 동생.

매일 자기 자신을 무시하는 듯 보이는 동생.

좋은 학교에 진학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족들의 기대와 호감을 한몸에 받으며

적지 않은 용돈을 받아가며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무책임한 동생.


그와중에 밤꽃 냄새가 물씬 풍긴다.


존경할 수 있고 무조건적으로 따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누이, 선배, 어른을

모시고 싶다.

내가 막내라서 그런지 그런 분이 곁에 있었으면 한다는 생각을 늘 한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내가 주변 나이 어린 사람들한테 그런 존재인가.

태산 같고 산불 같은 사람.

따뜻한 밥 한 채 지어줄 수 있는 사람.

흐트러짐 없는 사람. 흐트러짐 없이 소 힘줄 같은 끈질김으로 내 할일을 하는 사람.

무한한 창조력으로 끊임없이 꼼지락거리는 사람.





어느 한 가지에 열중하는 남자. 그가 사랑하는 여자, 딸 혹은 아들.

르느와르는 축복 받은 남자다.

그만큼 그림을 사랑하고, 그것 하나에 인생을 맡긴 사람.



톨스토이의 <가정의 행복>을 4장까지 읽었다.

정말 단단한 창작물의 느낌을 전해 받았다.

히치콕의 영화들, <<싸이코>>, <<이창>>, <<현기증>>,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를 보면서

숏바이숏을 하고 싶다.

또한 <가정의 행복>을 읽으면서 밀도 높은 삶의 한 단면을 보게 되었고

그런 충만하고 고양된 삶을 경험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하게 되었다.




한 인간의 밀도 높은 창작물들.


그런 충만한 삶을 나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실현해나가는 것이다.

가능할 수 있도록 신께서 내게 에너지를 주시기를 기도한다.

동시에 나 역시 내 몸을 보살피고 내 몸과 마음이 항상 열정으로 가득할 수 있게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책과 영화와 창작 활동을.


그리고 그들 마음에 큰 상처 남지 않게.

인간의 회복력에 대한 믿음을 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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